고양이는 알고 있다!, 전성희 동화집, 손지희 그림 지하철 안에서 웃다가 울었다. 마흔이 넘은 아줌마가 지하철에서 동화책을 읽다가 혼자 낄낄댔다. 그러다 눈물이 뚝뚝. 울다가 지하철역을 놓칠 뻔했다. 자꾸 ‘나비’ 생각이 났다. 나 어릴 적에 키웠던 우리집 고양이 ‘나비’는 내가 네 살이었을 때 머나먼 하늘나라로 따났다. <고양이는 알고 있다!>는 마법을 부린 듯, 마흔이 넘은 나를 세 살적으로 끌고 가 다시 ‘나비’를 만나게 해주었다. 어릴 적 살던 집에 쥐가 있었다. 엄마는 쥐를 없애기 위해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는데, 바로 ‘나비’였다. 나비는 너무 작고 수줍음이 많아서 쥐가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우습게 여길 정도였다. 나는 그런 나비가 좋았다. 그땐 나도 나비만큼 작고 여렸기에, 우린 금방 친구가 되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두세 살적 나는 내 방식으로 나비에게 사랑을 표현했다. 귀를 후비고, 입 안에 주먹을 집어넣고, 아무거나 먹이고, 재미있게 해준다며 데굴데굴 굴리기도 했다. 잘 때는 늘 꼭 껴안고 잤는데, 어느 날 나비가 사라졌다. 엄마가 화단에 묻었다고 했다. 네 살 이후로, 내가 인식하지 못한 시간 동안 줄곧, 나는 내가 나비를 죽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너무 괴롭혀서 나비가 나를 떠난 거라고. 아니, 어쩌면 나는 나비를 떠나보내지 못한 것 같다. 고양이 사진이 있는 공책을 쓰고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손지갑을 들고 다녔지만,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진 못했다. 길고양이를 만나도 눈길 한번 주지 못했다. <고양이는 알고 있다!>는 여덟 편의 고양이 이야기를 묶은 동화집이다. 총 아홉 마리의 고양이가 등장한다. <고양이는 알고 있다!>에서 나는 아홉 마리의 ‘나비’를 만났다. ‘빅토리아’가 되어 내 편이 되어주고, ‘초코’와 ‘제제’가 되어 나와 함께 놀아주고, ‘보리’가 되어 마지막 인사를 했다. “‘보리’가 마지막으로 너한테 인사하고 싶었나 보다.” 여덟 번째 이야기에서 민석이는 ‘보리’를 보내며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흘린다. 이제야 나도 ‘나비’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길고양이를 마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양이는 알고 있다! 는 현실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기이하고도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 전성희 작가의 동화 여덟 편을 담고 있다. 마음을 다 내줄 것처럼 다정하게 굴다가도 어느 순간 날을 세우고 쌩하니 뒤돌아서는 고양이의 묘한 습성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친구 사이 혹은 형제자매나 부모 자식 간에 존재하는 ‘관계와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다채롭게 그리는 동화집이다.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밉살스러운 고양이의 모습을 세련되고도 따뜻하게 재현한 손지희 화가의 그림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글쓴이의 말
빅토리아는 알고 있다
너로 정했어!
낯익은 목소리
토리를 만난 적 있나요?
고양이 따라 하기
선생님의 고백
도둑고양이
보리의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