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색감의 아기자기한 동화책입니다. 담긴 내용은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무겁지만요. 저 역시도 읽고나서 한참을 생각해야 했는걸요. 왜 아르베는 투명인간이 되었을까?
아르베는 평소처럼 친구들과 놀다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에 이웃들이 모두 아르베와 아르베의 동생 깡땡을 바라보고 있네요. 구급차가 와 있고, 엄마는 슬피 울고 있어요. 아르베는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네요.
아빠의 장례식날, 아르베는 키가 작아 아빠의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르베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아빠의 얼굴을 상상합니다. 그리고, 장례식 마지막 날 삼촌이 아르베를 들어올려 아빠의 얼굴을 보게 해줍니다. 그리고 아르베는 투명인간이 되었습니다.
아르베에게 아빠의 죽음은 아빠의 얼굴을 직접 볼 때까지, 현실이라기에 너무도 먼 사건이었습니다. 무언가 다른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지만,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사건이었던 거죠. 하지만, 아빠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르베는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투명인간이 됩니다.
왜 투명인간이 되었을까요? 너무 슬퍼서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을까요? 그렇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전에책 속에 등장한 스콧 캐리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봅시다. 아르베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로, 스콧 캐리는 어느날 이상한 빛의 알갱이를 쐬더니 몸이 점점 작아지죠. 스콧 캐리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지지만, 거미를 무찌르며 용감하게 살아갑니다.
아르베도 투명인간이 되었지만, 스콧 캐리처럼 용감하게 살아가지 않았을까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점을 가지게 되었지만, 꿋꿋하고 용감하게말이죠. 아름다운 그림과 독특한 감각을 지닌 책으로,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네요.
계절과 계절 사이, 소년의 눈길로 바라본 죽음
‘나는 어떻게 투명인간이 되었나?
살얼음이 미처 풀리지 않은 어느 이른 봄날. 아르베가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여느 때와 다른 수선스러운 분위기다.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집 앞에 모여 있고, 비상등을 켠 구급차가 누군가를 싣고 떠난다. 심장마비로 아빠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엄마는 안방에 틀어박혀 있고, 동생인 깡땡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눈치다. 그날 밤, 아르베는 잠자리에 누워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흑백영화의 주인공 스콧 캐리를 떠올린다. 이상한 빛의 알갱이들에 쐬더니 몸집이 점점 작아지며 마침내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스콧 캐리….
아르베 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이에 대한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독특하게 관찰하고 구성한 소년소설이다. 깊이 있는 철학적 주제가 풍부한 상상력에 실려 한 편의 빼어난 문학작품이 되었다. 작품의 주인공은 사람들 틈에 끼어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변한다. 이것은 주인공의 자기의식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 소년이 어떤 삶의 길을 가게 될지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아빠의 얼굴이 26개의 다양한 표정으로 그려지기도 하는 아르베 는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로도 소개될 만큼 그림과 글의 관계도 독특하다. 글과 그림은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이다.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인물들의 심리에 구구절절한 설명을 붙이는 대신 여백과 틈새를 충분히 두었다. 슬픔 속에서도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주인공 자신의 눈으로 읽어내는 응축된 유머가 돋보인다. 단조로워 보이는 선과 무채색에 가까운 톤도 읽는 이의 심리적 개입을 자유롭고 풍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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