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개 짖는 소리-민구평상에 누워 있는데그가 으르렁거린다눈 녹은 봉우리 위로 털을 세운다나를 보고 입맛 다시며 저수지에 포개놓은 잉어를먼저 채가진 않을까 강물에 앞발을 담근다안절부절못해서 혼자 커다란 산을 뛰어다니고누런 이를 드러내며 바위에 오줌을 갈긴다벼락 맞은 소나무 위에 올라타 내 눈을 응시하며이상한 자세로 들썩거린다나를 덮치고 싶지만목은 단단한 줄에 매여 있다부아가 치밀어서 벚꽃과 개나리막 얼굴을 내민 어린잎들을 더럽게 질질 흘린다검은 나비 흰나비 개떼처럼 몰려와서식사를 마치고 짝을 지으며이리와 너도 껴, 꼬드긴다너는 오가지 못하고 심드렁하게 누워 있다지난 겨울 빙벽을 허물던 앞발을 들어 힘껏 휘두르지만사람들 머리 위로 선선한 봄바람어디서 개 짖는 소리복날까지 이제 석 달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개는 졸고 있었다겨울을 이기고 난 자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단단한 목줄에 매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아니라집 앞에 누워 이 거리를 이 봄을 지켜낸다는 듯이살아남아라,힘껏봄 가고여름 되어도
배가 산으로 간다 는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민 구 시인의 시집이다. 시인은 48편의 시가 담긴 첫 시집에서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큰 화두 아래,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세계의 여러 경계들을 지워나가며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동시에 탐구한다.
시인의 말
房거울
공기익명에게
동백
房알
배가 산으로 간다
房빛의 사과
움직이는 달
房탄생
오늘은 달이 다 닳고
동백
가을이라고 하자
공기너는
房붓
공기나는
혀
房투숙객
말을 찾아서
房바다 건너
기어가는 달
한덩어리 달
공기예민해
房눈감으면
동백 1
동백 2
동백 3
공기아래
염소
房꿈
공기얼굴
꿈같은 일
房북쪽
봄, 개 짖는 소리
房호출
책
바벨 드는 새
房블랙
독서
공기개나리
공기오리
房촛불
房야광나비
공기포도
지붕 위에서
房거울 너머
소가죽 구두
房미래
마차
불청객
해설 이재원 빈 그물을 들고, 빈 얼굴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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