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사실보다 더 기만적인 것이 있을까. 정황증거라는 것은 대단히 모호해서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을 분명하게 지목하고 있는 것 같다가도 관점을 조그만 바꾸면 똑같이 단호하게 전혀 다른 사람을 가리킬 수도 있다는 것. 아버지의 죽음과 현장에서 잡힌 아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사건은 그 아들에게 아주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물론 청년이 정말 범인일 가능성도 있지. 그런데 그 지역에는 청년의 무죄를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다네. 그중 한 사람이 그 지역 대지주의 외동딸 터너 양이지. 그래서 터너 양은 레스트레이드를 불러모은다. 레스트레이드는 사건을 자기 생각대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약간 문제가 있어서 홈즈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래서 오늘도 중년의 두 신사가 아침 식사를 한 뒤에 집에서 조용히 음식을 소화시키는 대신 서부를 향해 시속 8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려가게 된 것이고, 이를 바라보는 독자는 또 하나의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어릴 적 사촌의 집 책장에서 처음 만났던 셜록 홈즈. 옛 기억을 되살려 그의 모험에 동참에 보니_ 아직도 떠오르는 그의 모험들. 추리소설에서 예의 그 짧은 호흡의 단편은 나와 맞지 않는다며 저편으로 밀어두기 마련인데, 그의 책은 아니 왓슨의 회고록은 이런 생각을 잠시 접어두게 한다. 사람은 물질적 만족을 위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 걸까. 대부분 그의 사건은 금전적 이득을 위해 누군가를 속이거나 살해하기 마련.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한 얼룩 무늬 끈 사건이 그러했다. 한 30분 정도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주전자에서 물이 끓을 때처럼 부드럽게 <쉬잇쉬잇> 하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들린 순간, 홈즈는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성냥불을 켜면서 지팡이로 설렁줄을 사납게 난타했다. 왓슨, 봤나? 그는 외쳤다. 봤냐고?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홈즈가 불을 켠 순간 낮은 휘파람 소리를 똑똑히 듣긴 했지만 갑작스런 불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그가 그렇게 정신없이 두드려댄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홈즈의 얼굴은 무섭도록 창백했고 공포와 혐오의 표정이 가득했다. 불을 켠 홈즈와 되돌아간 얼룩무늬 밴드는 의붓아버지의 머리에 조용히 감겨있었다. 그리고 그는 독사에 물려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추론하는 사람 홈즈. 몇 세기 전에 태어났다면 틀림없이 마녀로 몰려 화형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왓슨의 말. 그리고 금괴를 몰래 옮기기 위해 생각해낸 붉은 머리 클럽 등. 현대의 초기술이 없어도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추리는 기본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주드 로 등 호화캐스팅의 할리우드 대작 셜록 홈즈의 원작!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는 추리의 대가 셜록 홈즈 전집이다. 아서 코난 도일 경이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여 쓴 4개의 장편과 56개의 단편이 총 9권에 수록되어 있다. 본문에 삽입된 그림들은 초창기 스트랜드 에 연재되던 때 삽입된 삽화를 그대로 따온 것들로서, 어떻게 하여 셜록 홈즈의 이미지가 현재와 같이 정형화되고 실체화 될 수 있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