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 달을 보며 별들의 엄마라고 생각했다. 작은 가루 형태로 하늘에 뿌려져 있는 무수한 별들을 엄마 별인 달이 지켜준다고 여겼다. 어느 날 엄마가 "저건 보름달"이라고 알려줘서 달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날마다 모양이 변함에 따라 이름도 바뀐다는 사실을 알고 신기해했다. 내 이름은 하나인데, 달은 여러 이름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좋겠다고 말했다. 수많은 달을 바라보며 자란 나는, 달이 모습을 바꾸듯이 나를 변화시켜가며 어른이 되었다. 사람들은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동그랗고 커다란 보름달의 형태가 가장 완전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난 손톱처럼 가느다란 초승달과 바람떡 모양의 반달에 더 정감이 간다. 이 책을 읽은 날 저녁, 운 좋게 한강에서 초승달 뜬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사진 속에서 작게 빛나는 초승달의 채워지지 않은 그림자를 보며 인생의 덧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항상 완벽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항상 보름달처럼 이상적인 인생은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 나 스스로 독려했다. 이 책은 청춘의 경계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던 저자가 미완성의 기록을 조각처럼 모은 산문집이다. 저자는 언젠가 청춘의 시절이 지나가고 나면 지금의 불안함을 부러워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흔들림을 즐기겠다고 한다. 내놓을만한 직업을 가져보지 못하고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저자에게 어머니는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열중하지 말고 여전히 회사원이 될 것을 권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게 사치일지 모르지만,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닌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바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이다.사랑이 사라지고, 위로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그 위로 속에서 어떠한 위로도 받을 수 없다. 괜찮다는 말이 전혀 괜찮지가 않고, 힘내라는 말을 들어도 기운이 나지 않는다.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 어떨 때는 부담만 주기도 한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사랑이 담긴 작은 온기일지도 모르겠다. 아무 말없이 바라보며 손을 잡아준다면 마음을 가득 메우는 위안이 될 것이다. 의미 없는 위로에 차갑게 굳어가는 우리에게 따스한 기운을 전하기 위해 저자가 스스로를 위로하며 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여러 글 중에 내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았던 글은 <물려받은 계절>과 <아빠의 책장>이다. 둘은 책의 앞, 뒤로 떨어져 있지만 같은 맥락을 가졌다. 물려받은 계절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당신은 영원히 자라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를 보살피는 사이 어른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려받은 계절은 여전히 찬란해서 거울을 볼 때면 가끔 슬펐습니다. 이만큼 나는 자라서, 이제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성숙과 성숙의 경계에서 당신의 청춘을 떠올려 봅니다. (...) 당신의 청춘을 기억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끔 서럽습니다. 나에게는 당신에게서 빼앗은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모든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우리는 부모님의 청춘을 먹고 자라났다. 그들의 찬란했던 시간과 계절을 물려받고 짧은 청춘을 살다가, 우리의 자녀에게 그들이 했던 것처럼 청춘을 바치며 살아간다. <아빠의 책장>에서 저자는 아빠를 닮아 자신도 책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다만 아빠는 저자와 달리 늘 시시한 자기 계발서를 가방 속에 한 권씩 가지고 다니셨다. 투자 관련 서적을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고, 그것을 따라 밤낮으로 일했지만 노력에 비해 결과는 초라했다. 저자는 그런 현실이 미웠고, 아빠는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다. 돈을 벌지 못하던 저자는 아빠의 책장에 있는 책들을 헌책방에 팔고 그 돈으로 자신이 읽고 싶던 책을 샀다. 아빠의 책은 줄어들고, 저자의 책은 늘어갔다. 더 이상 팔 수 있는 책이 남지 않게 되자, 평생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기억이 없는 베란다 구석에 박힌 낡은 책장 문을 열게 된다. 그 안에는 젊은 날의 아빠가 읽던 책들이 있었다. 시, 소설, 에세이였다. 아빠도 그런 책을 좋아했지만 가장의 무게와 책임감 때문에 자기계발 서적을 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루살이처럼 살아내기 힘든 아빠에게 문학이란 사치에 불과했다. 저자는 자신이 아빠의 청춘을 훔치며 자랐다고 말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한다. 아빠의 청춘과 맞바꾼 자신이 적어도 딱 그만큼의 가치 있는 사람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나도 부모의 입장이 되어버렸다. 아이가 사랑스럽고 소중하지만, 가끔은 내 청춘이 이렇게 소멸되는 것 같아 쓸쓸할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내 늙은 부모님의 뒷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이제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더 익숙하다. 그럴수록 나도 다시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내가 준 사랑을 돌려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나 스스로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나 자신에게 받는 애정은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나를 지켜줄 힘을 만들어 낼 것이다. 언젠가 아이가 지금의 내 나이쯤 되어 나를 바라봤을 때 미안해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고 싶다.
달의 조각 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독립출판물 달의 조각 을 새로운 글과 디자인으로 리뉴얼하여 출간한 책이다. 자꾸만 읽고 싶고 마음에 담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장들이 담겨 있다. 글을 쓰며 살고 싶은 작가 하현은 자신의 생각과 일상이 담긴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prologue 반달을 닮은 나와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1 적당히 차가운 무관심
고슴도치 · 마음을 재우는 시간 · 불안한 청춘, 그 무한한 가능성의 크기만큼 · 섬 · 발견 · 무거운 소속감 · 사이 · 낭만 · 새벽을 닮은 사람 · 어려운 숙제 · 기억을 만지는 일 · 열대어 · 물려받은 계절 · 완벽한 토스트 · 버려진 밤 · 말의 모서리 · 차가운 달 · 지각생 · 트로피의 무게 · 연필로 쓴 글 · 다정 · 겨울 예찬 · 경칩 · 잠수 · 초 · 손 · 착각 · 실수 · 파도 · 감정낭비 · 폐휴지 손수레와 골프채 풀세트 · 나비야
2 낮잠
행복 · 소원이 쏟아지는 날 · 가장 특별한 사랑 · 어떤 사과 · 영화 보는 방 · 고백 · 버스와 손인사 · 당신의 언어 · 겨울의 연인에게 · 달의 초대 · 성장 · 초콜릿 요정 ·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 장마 · 강아지의 연애 · 고양이의 연애 · 네 이름 · 별 · 환절기 · 과일 같은 거 안 깎고 자랐지? · 시간과 순간 · 느린 호흡 · 초련 · 다시, 봄 · 빛 · 무지개 · 입수 · 강아지풀 · 아직 뜨거워야 할 우리의 청춘은 · 너의 어둠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
3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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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지근한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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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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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잊혀진 달에서 쓰는 편지